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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글.김상구 교수(백석대학교)

‘성찬’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상구

본문

교회의 전통 혹은 문화마다 성찬을 집례하는 빈도수는 다르지만, 예수님께서 '기념하라'고 하신 '성찬'은 모든 교회 안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종 예배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도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매번 이렇게 반복하면 되는 것인지, 기념하라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이 있는데요. 이번 블로그에는 바로 이 성찬에 대하여 김상구 교수(백석대) 님의 글로 함께 나눕니다.

공관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달리시기 전에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행하셨고, 이 자리에서 예수님께서 감사 기도를 하시며 자신의 몸과 피로 상징되는 떡과 잔을 베푸셨다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누가복음 22장 19절에는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라는 명령도 부가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 6장 54-55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생명의 떡이심을 천명하시며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떡을 떼고 포도주를 마시는 일은 언약과 영생의 확신을 강화하는 신앙적 행위임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사도행전 2장 42-47절에는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성령 강림과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의 말씀 선포 이후에 나타나는 초대교회 예배와 생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사도행전 2장 42절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라고 보도하면서 가르침과 교제, 떡을 뗌, 기도의 4요소를 초대교회 예배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하였습니다. 특별히 사도행전 후반부의 20장 7절은 “그 주간의 첫날에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라고 기술하면서 예배 때에 “떡을 떼는” 순서가 이미 정착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초대교회의 시작으로부터 성찬의 요소는 예배 안에서 결정적인 순서로서 이미 적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첫 번째 편지인 고린도전서 10장 16절을 통해 특별히 성찬을 “그리스도의 피와 몸에 참여함”이라는 의미로 설명하였습니다. 여기 참여한다는 것은 영어로 ‘communion’이라는 표현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헬라어는 코이노니아(koinonia)로서 주와 더불어 교제하며 성령의 교통과 은사로 서로 섬기는 일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24절에 담긴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기념하며 지속적으로 성찬을 행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11장 27-29절에 걸쳐 성찬을 대할 때 “자기를 살피고”, “주의 몸을 분별하여” 먹고 마실 것을 주문함으로써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성도 간의 교제로서의 성찬을 대하는 자세로서 자신의 인격과 삶에 대한 영적 성찰과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중요한 신학자 중 한 사람인 요한 칼빈(John Calvin)은 성찬이 그리스도와의 신비하고 은밀한 연합이며 그리스도의 임재 아래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거룩한 신앙행위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현대 신학자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는 성찬의 본질을 하나님의 “자기주심”의 반복적인 경험이라고 주장하였고, 로렌스 훌 스투키(Laurence Hull Stookey)는 성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에 대한 기념뿐 만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수단이며 성찬에서 행해지는 성령의 역사를 통해 부활의 주를 현재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로버트 웨버(Rpbert Webber)는 성찬을 영적인 분별력을 갖춘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자신의 구원 이야기를 현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서술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저는 위에서 언급한 성경과 신학적 배경 안에서 먼저 성찬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용어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숙고해보고 이 용어들을 통하여 성찬의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성찬’이라는 단어는 사실 간단한 개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성찬’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배에서의 성찬 실행을 위한 예전의 기획과 실행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주의 만찬’(Lord’s Supper)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주의 만찬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제자들과 행하신 최후의 만찬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주의 만찬’은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며, 이는 곧 예배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할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념’은 엄숙한 분위기와 깊은 묵상과 진지한 성찰을 요구합니다. 아마도 한국교회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성찬은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성찬을 의미하는 단어로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커뮤니온’(communion)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참여”와 “나눔”, “교제”, “소통” 등을 의미하는 헬라어 “코이노니아(koinonia)”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단어입니다. 이것은 성찬의 공동체적, 현재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함께 먹으며 공동체의 하나 됨과 성령을 통한 초자연적인 교제를 현시적으로 경험하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하면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그리스도인 서로 서로의 진정한 교제가 현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성찬에는 ‘유카리스트’(Eucharist)라는 용어도 사용됩니다. ‘Eucharist’는 “감사”를 뜻하는 헬라어 “유카리스테사스(eucharistesas)”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이 ‘Eucharist’는 승리자 그리스도를 경축하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부활로 이어졌고, 우리의 주님은 죽으셨을 뿐만 아니라 사단과 죽음의 권세를 파쇄하시고 승리하셨음을 경축하는 축제의 만찬이라는 개념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 개념은 미래지향적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에서의 만찬에 대한 선취(先取)적 경험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정리한다면, 성찬에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기념”, “그리스도와 공동체의 상호 연합과 교제”,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경축으로서의 기쁨과 감사”, 이렇게 3가지 개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에서의 성찬 실행은 너무 고난과 죽음에 대한 기념에 치중한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이런 성찬의 다의적 개념들을 적절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성찬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적절한 성찬 실행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교회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세계교회는 대림절로부터 부활절과 오순절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역사와 성령을 통한 교회의 성립을 시기적으로 나타내는 교회력의 사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 중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이나 고난주간 등에는 고난 기념의 성찬을, 부활주일이나 감사주일의 경우에는 기쁨과 감사의 성찬을, 성령강림주일이나 교회설립주일 같은 경우에는 참여와 교제의 성찬을 개념적으로 설정하고 성찬과 더불어 다른 의미 있는 행사들도 곁들인다면 더욱 유익하고 뜻깊은 성찬이 집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설교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예배 안에서의 설교는 성령의 조명과 감동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됩니다. 이렇게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계시’라고 한다면 이 계시에 대한 적절한 반응과 ‘응답’으로서 성찬이 실행될 수 있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예배를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인간의 구체적인 응답 행위라고 할 때, 성찬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는 가장 적절한 예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처한 고단한 현실 극복에 대한 신앙적인 해결에 대한 말씀이 선포되거나 회개와 죄 용서에 대한 인식과 확신을 촉구하는 말씀이 선포될 때에는 고난 기념의 성찬을 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담대하게 미래를 바라보며 하나님 나라의 분명한 도래를 믿고 영원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기뻐하고 기도하자는 메시지가 선포될 때는 기쁨과 감사의 성찬을, 성령을 통한 화합과 일치 및 형제 사랑과 나눔 또는 소통의 삶에 관한 메시지가 선포될 때에는 공동체의 참여와 교제 위주로 성찬을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메시지와의 연결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예배의 통일성과 일관성에도 일조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는 성찬에 사용되는 음악적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계발하고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성찬 찬송은 이전 통일찬송가의 경우 5편, 21세기 찬송가의 경우에도 7편을 수록한 것이 전부이나, 이 중 실제 성찬예식에 사용되는 찬송은 거의 한두 편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성찬의 풍성한 의미를 담고 있는 찬송들을 발굴하고 제작하는 일은 상당히 필요해 보입니다.

성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다양하고도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아무쪼록 이 한국교회에서 실행되고 봉헌되는 성찬이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행사를 넘어 그리스도의 임재와 현시적 능력을 체험하는 고귀한 예전이 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참고문헌
개혁주의 예배론(김상구 저, 대서)
성찬, 어떻게 알고 실행할 것인가?(로렌스 훌 스투키 저, 대한기독교서회)
예배학(로버트 웨버 저, CLC)
성례전(제임스 화이트 저, 예배와설교아카데미)
예배건축가(콘스탄스 M.체리 저,CLC)
성찬의 신비(키이스 A.매티슨 저, 고신대학교개혁주의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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