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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글/사진. 전은주 그림.Daniel Bonnell(2008)

예배, 공동체적 삶으로의 초대

전은주

본문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이들을 자신의 삶 안으로 “환영(welcome)”하여 함께(together)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과 별개의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쾌한 말씀으로 정리하신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대화입니다. 이 역시도 바로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독특한 삼위의 공동체로부터 출발합니다.

성부, 성자, 성령은 스스로 이미 완전하시지만, 그 사랑은 흘러넘쳐 인류를 창조하고, 그 완전한 관계 안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이는 삼위 하나님과의 충만한 사귐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이를 통해 인류에게 주신 계명을 통해 창조된 이들이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온전히 드러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은 성경과 교회 역사 안에서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그중 구약의 제사를 살펴볼까요? 물론 당시의 제사는 하나님께 나아가 감사를 표하고, 회개를 표하며, 정결케하는 의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의식은 한 개인의 문제를 다룰 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감사와 공동체의 회개, 공동체의 정결을 다루는 주요한 도구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월터 브루그만은 고대 이스라엘의 예배 안에는 아주 섬세하게 다른 이들을 돌아보는 방식들이 녹아져있었다고 말합니다. 완전히 태워서 여호와 하나님께만 드리는 ‘번제’를 제외한 많은 동물과 곡물로 드리는 제물들은 보통 함께 식사를 나누는 자리로 이어집니다.. 그 식사에는 다른 이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다른 이들의 복지(well-being)를 살피는 수 있는 사회적 의식으로써의 의미 역시 담겨 있습니다. 그 음식 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공동체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기를 실천한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예배할 때에 다른 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눔으로써 함께 살아가고, 삶을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되는 중요한 예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Walter Brueggemann, Worship in Ancient Israel: An Essential Guide, Abingdon Essential Guides (Nashville, Tenn.: Abingdon Press, ©2005), Kindle Electronic Edition: Chapter 4, Location 884.)

예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성찬은 어떠한 가요? 성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사역, 죽음, 부활 그리고 승천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행할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눅 22:19) 예수께서 친히 제정하신 귀한 의식입니다. 성찬을 행함을 통하여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는 죄인 된 인류가 유월절 어린양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회복의 길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우리가 다시 이 떡과 잔으로 대표되는 성찬의 식탁, 즉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삼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물론 성찬에는 수많은 유비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동시에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함께 먹고 마시는 공동체된 서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성찬의 식탁에 앉은 유다와 베드로를 기억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배반할 것을 아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초대의 식탁을 함께 나누기를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앉으심으로, 예수의 삶, 사역, 죽음, 부활, 승천에 참여하는 삶의 의미를 나누신 것입니다. 성찬을 통하여 예수께서는 그 제자들에게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방식이며,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요, 그것이 바로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길임을 가르치셨습니다. 우리는 성찬을 통하여 우리 서로와 또한 하나님과 하나 됨을 발견합니다.”(Harmon L. Smith, Where Two or Three Are Gathered: Liturgy and the Moral Life, Eugene, OR: Wipf & Stock Pub, 2004, 65.) 교회의 예배는 바로 이 성찬과 같습니다. 예배는 문을 열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우리가 어떻게 함께 그 복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만약 교회가 이러한 예배에 실패하여, 하나님의 참된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고 전달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사실 그 존재의 이유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의 예배는 바로 이 성찬과 같습니다. 예배는 문을 열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우리가 어떻게 함께 그 복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만약 교회가 이러한 예배에 실패하여, 하나님의 참된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고 전달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사실 그 존재의 이유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의 예배는 바로 이 성찬과 같습니다.
예배는 문을 열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며,
우리가 어떻게 함께 그 복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예배 공동체가 서로를 환영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요? 예수님의 식탁에 거절이 없었듯이 예배하는 공동체 된 우리는 나와 다른 수많은 하나님의 형상들을 환영하기를 추구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적 지위, 교육의 수준이나 피부의 색깔 등이 그들을 거절하고, 차별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은혜로 인하여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환영받았듯이, 다른 이들을 향하여 같은 손길을 내미는 연습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영함을 통하여서 교회는 죄인인 내게 베풀어졌던 은혜처럼, 값없이 하나님의 온전한 이야기를 배우고 들으며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모든 종류의 차별이나 교만과 싸워야만 합니다. 교회는 분명하게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돌보시며, 구속하시고, 다시 회복시켜가는 돌보시는 목자이심을 드러내는 대안적 공동체여야만 합니다.

예수님의 식탁에 거절이 없었듯
예배하는 공동체 된 우리는
나와 다른 수많은 하나님의 형상들을
환영하기를 추구해야 합니다

죄인인 내게 베풀어졌던 은혜처럼,
값없이 하나님의 온전한 이야기를
배우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저명한 예배 학자인 로버트 웨버와 로드니 크랩은 그들의 공동 저작인 “People of the Truth”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는 예배에 대한 신실한 태도를 가짐으로써 아주 자연적으로 “(어떠한 의미에서는)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 공동체는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진짜 세상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리를 더 넓은 사회를 향해 도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드리셨던 요한복음 17장의 대제사장적 기도와 일맥상통합니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요 17:21)’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는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진짜 세상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그 진리를 더 넓은 사회를 향해 도전하게 될 것이다.

-로버트 웨버&로드니 크랩

오늘 우리의 교회와 예배는 때때로 나 자신, 나의 문제와 한계, 조금 더 나아가면 나의 가정, 교회 혹은 나라의 이야기에 꽉 갇혀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예배 공동체인 우리를 향하여 초대하시는 지점은 바로 그 삼위 하나님의 공동체를 닮아, 나를 넘어서 우리의 이웃과 삶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예배 공동체에는 다른 이를 환영해줄 마음의 여유가 있나요? 나의 이웃에게, 오늘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Jesus Wept, Daniel Bonnell, 2008

참고문헌
노라 갤러거, 성찬: 거룩과 일상이 만나는 주님의 식탁, IVP, 2012.
Brueggemann, Walter. Worship in Ancient Israel: An Essential Guide. Nashville, TN: Abingdon Press, 2005. Kindle Electronic Edition.
Smith, Harmon L. Where Two or Three Are Gathered: Liturgy and the Moral Life. Reprint ed. Eugene, OR: Wipf & Stock Pub, 2004.
Webber, Robert, and Rodney Clapp. People of the Truth: The Power of the Worshiping Community in the Modern World. Eugene, OR: Wipf and Stock Pub.,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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